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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이곳에 자유가 위치한다. 이태원의 수많은 카페, 북적이는 상점, 열정을 불태우는 거리의 음악인들까지, 해가 뜨면 사람들은 이태원에 모인다. 이곳은 나이, 성별, 국적 등 모든 것이 자유롭다. 나 역시도 이러한 이태원의 다양성을 좋아하고, 이 공간을 즐긴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오면 이태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노을과 함께 거리는 네온 빛으로 물들어가고, 불 꺼진 지하는 어둠을 밝히며 강력한 베이스 음과 함께 공간을 바꾸어 낸다.자유와 일탈, 이태원의 밤은 거듭 밝아 온다.이태원은 주한 미군이 거주한 이후 수많은 외국인들이 함께하였고, 여러 나라들의 대사관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이태원에는 여러 나라의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과거의 이태원은 클럽 및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들이 모인 곳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당시 그런 문화에 개방적이지 못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태원을 잘 찾지 않았다.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며 이태원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맛집이 활성화 되었고, 머지않아 이태원은 홍대와 강남을 잇는 서울의 주된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중, 나의 주된 사이트인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우사단로 14길)는 이태원로와 우사단로 사이의 경계로 하여 10M의 단차를 가진 채 나뉘어 있다.이 곳의 북쪽에는 이태원 역을 따라 이어진 대로변이 지나고,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으며, 남쪽에 이슬람 사원이 위치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태원은 자유와 일탈의 공간이자 여러 다양성이 즐비한 공간이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중, 나는 이태원의 낮과 밤을 밝히는 통일된 언어인 음악의 요소에 집중하였다. 고전의 음악은 형식을 중시했다. 악기를 통한 약속된 규칙의 이행을 음악의 주된 요소로 삼았고, 화성, 리듬, 멜로디를 지키지 않는 음악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John Milton Cage의 4’33’’를 대표로, 소리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전자 음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는 화음의 관습을 무너뜨렸으며, 이전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잘 훈련된 사람에게만 영위 되었던 음악의 경계를 허물었다. 형식적인 음악 연주의 장이 존재하는 순간에만 즐길 수 있었던 고전 음악에서 벗어나,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하고 함께할 수 있는 (전자 음악이) 가장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유의 땅 이태원에서 조차 언제나 음악이 함께하긴 어려웠다. 클럽과 상권이 밀집된 이태원로 대로변과 경리단길을 제외하고는, 균일한 문화의 흐름이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낮과 밤의 괴리가 존재하는 이태원의 특성 탓에 하나의 공간이 두가지 성격을 갖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여 나는 본 설계를 통해 전자음악의 자유로운 특성을 활용하여, 이태원의 골목에 음악을 활용한 새로운 문화의 장소를 만들어 줌으로서 낮과 밤을 동시에 밝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기존 사이트가 가진 건물선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부터, 음악에 대한 자유의지와 전자 음악의 특성을 원형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전체 평면 계획 속 분리 된 건물들을 원형의 구획으로 연결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구형의 지형 선을 만들어주어 전체적인 평면을 개방하였다.  이태원로와 단차를 가진 사이트 입구 방향에 마찬가지로 음악성을 대표하는 형태를 구현하여 개방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이태원로 사람들의 유입을 촉진하고자 하였다. 이는 고전 음악이 가졌던 한계를 자유로운 구성방식을 통해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 음악의 등장과 같이, 닫혀 있는 골목을 열어준다.

이 곳의 낮과 밤은 유기적이다. 계단을 오른 사람들은 낮의 야외 공연장을 바라보며 본 사이트에 접근하고, 흔한 이태원의 카페와 옷 가게 등의 상업 지역을 맞이한다. 그러나 상부 층의 전자 음악 작업실과 주변 뮤직 라이브러리 및 갤러리에서 들려오는 다채로운 음악은, 풍부한 장소성을 부여함으로 특별함을 준다. 해가 지면, 사이트 지하에 위치한 클럽으로 가는 길이 개방된다. 어떠한 사람들은 강한 베이스 음에 이끌려 지하의 클럽을 향할 것이고, 거리의 예술가들은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공간을 채울 것이다. 그렇게 이태원의 해는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