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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와인을 담다, 자연을 담다

 현재 국내 와인 브랜드의 수는 무려 50여 개이다. 국제 와인페어에 출풀될 뿐 아니라, 유명 호텔과 공식석상에서도 이젠 국산 와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는 국내 와인시장에 비해 건축적 서포트는 현저히 부진한 상태이다. 이러한 현황을 기반으로 국내 와인사업의 보다 나은 발전환경 제공을 위한 와이너리 설계를 진행하였다.

 수많은 와인 브랜드가 있지만 그 중 눈에 띄는 브랜드는 단연 ‘GRANDCOTEAU(그랑꼬또)’이다. 1954년 처음 대부도에 50주의 포도를 심은 뒤 그 규모를 점점 키워나가다 2001년 32개의 농가가 모여 처음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600ha의 포도밭을 경작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도 전체 면적의 30%에 해당된다. 총 7종의 와인을 만들고 있고, 그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청수’ 와인은 2018년 <Asian Wine>, <광명동굴 와인페스티벌> 에서 수상한 경력도 갖고있다.

 이러한 그랑꼬또의 빛나는 활동과는 달리 현재 그랑꼬또가 와이너리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그린영농조합’의 건물로 와인제조의 기능은 잘 갖춰져있으나, 그 규모가 500㎡ 남짓으로, 대중들에게 국내 대표 와이너리로 인식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한 영농조합의 건물이기에 각 농가에서 접근하기 쉽도록 농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와이너리와 와인을 더 풍부하고 깊이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고요함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해당 위치의 와이너리를 리노베이션하는 방식 대신 대부도 내의 다른 사이트를 선정하여 신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선정된 사이트는 대부도 서쪽의 포도밭으로 동쪽으로는 산, 서쪽으로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기존의 환경과는 달리 오로지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 와이너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 또한 대부도의 관광사업 일부로 준공된 해안도로와 둘레길 형식의 ‘해솔길’과도 접하고 있어 접근성이 높으며, 대부도 관광사업과 함께 작동할 수 있어 지역사회의 문화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사이트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와이너리는 자연과 어우러지며 방문객에게 와이너리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 와인사업의 부흥을 위한다는 점과 국내의 와인이 기성와인과는 다른 국산주로 보는 것이 정확한 분류라는 그랑꼬또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기인하여 한국 건축의 방식을 차용하기로 하였다. 한국 건축물이 자연과 소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기둥과 처마, 마루가 만드는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풍경을 담는 것이 하나이고, 유선형의 지붕선 위로 자연을 담는 방식이 다른 하나이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와이너리의 지붕선을 오목한 곡선으로 하여 건물에 진입하는 방문객이 지붕선 위로 담긴 산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고, 매스의 중앙을 비우고 2층에 브릿지를 두어 대지와 양 쪽 매스, 브릿지가 만드는 프레임 안에 포도밭이 담길 수 있도록 하였다. 입면은 얇은 나무루버로 통일하되 내부 프로그램에 따라 그 간격을 넓히거나 아예 비우는 방식으로 하였다. 나누어진 두 동 중 북쪽의 동은 와인제조와 관련된 시설이, 남쪽 동에는 와인 갤러리와 시음 및 판매 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본건물(grandcoteau:큰 언덕)에서는 단순한 판매 및 시음 활동만 이루어지며, 그 외의 다양한 와인 관련 문화/여가 활동은 상업시설이 모여있는  Milieucoteau(중간언덕) 에 배치되어 있다. 바다와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Milieucoteau(이후 MC)는 중앙에 위치한 연못을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건물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 건물에서는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낮은 돌담들로 둘러싸여 있어 돌담 너머의 바다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바다가 보이지 않는 건물이더라도 MC 내에 조성되어있는 조경을 바라보며 와인테라피, 와인병공방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와이너리의 활동 체험은 한나절에 모두 진행하기에는 벅차다. 그에 따라 부지의 가장 안쪽에 레지던스(Petitcoteau:작은언덕)을 마련하여 와이너리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도록 하였다. 레지던스는 바다를 보는 전망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돌담과 나무로 둘러싸인 독채에서 느낄 수 있는 안락함과 도시에서 벗어난 고요함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을 중점으로 삼았다. 이와 같이 와이너리를 방문한 사람들은 웅장한 건물 너머로 바다와 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마을과 같이 모여있는 작은 건물들 안에서 연못과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마루에 앉아 마당의 나무와 머리 위의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며 다양한 시선의 길이로 건축물과 자연을 오가게 된다.

 이렇듯 해당 와이너리 전체를 꿰뚫는 가장 주요한 개념은 ‘자연을 담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자연의 포도를 와인 한 잔에 담아내는 행위와도 같은데, 여기에서 감명을 얻어 해당 프로젝트를 ‘The BOWL; a glass of wine, a bowl of nature’ 라고 이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