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건축의 미래 발전방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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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청사 신축 계획안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의 법률 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소위 리걸테크(legal-tech)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법률서비스의 변화는 지금의 법원 건축의 공간들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예상되는 첫 번째 변화는 재판이 열리는 법정 공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변호사가 정확하게 분석한 정보를 제공받은 법률 분쟁의 당사자들은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가기 이전에 미리 소송의 승패와 조정 결과를 예측하게 될 것이고, 재판을 위해 법정을 찾을 필요가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민사의 작은 재판을 다루던 소법정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형사나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대형 분쟁을 다루는 대법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두 번째로 예상되는 변화는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법률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하게 된 사람들은 법률행위가 더 이상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법원 건축이 종래에 지니고 있었던 권위와 신비주의를 내려놓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법원은 대개 법정 공간을 건물 후면부에 감춰 시민들이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재판의 감소와 함께 법정이 줄 것이고, 줄어든 공간은 일반 시민들의 법률서비스를 위한 공공 공간으로 대체될 것이다.

 얼마 전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제2청사를 신축하겠다는 계획과 대상 부지를 발표했는데, 나는 해당 사이트에 상기 기술한 법률서비스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법원을 설계하는 것을 프로젝트 주제로 잡았다. 기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우리나라의 여느 법원과 마찬가지로 사무국(일반인이 업무를 위해 찾는 민원공간)과 재판부(판사들의 업무공간)가 수직적으로 배치되어 업무 흐름이 단절되어 있었으며, 법정공간은 건물 후면에 배치되어 시민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내가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룬 부분은 첫째, 사무국과 재판부의 수평적 연계이다. 청사 단지의 각 건물은 사무국과 재판부, 법정공간을 수직적으로 독립적으로 구성하고 있었는데, 나는 업무 효율과 개방성 제고를 위해 이 세 가지 프로그램 구성을 재배치했다. 이때 건물 단위가 아니라 청사단지 전체를 단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수평적인 연계를 시도했다. 둘째, 법원청사단지를 도시 컨텍스트에 개방하여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었다.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져 신비스러움을 벗고 시민들에게 점차 개방될 법원 건축을 위해 시민들에게 공공공간을 청사단지 곳곳에서 제공하였고, 미도산 서리풀공원이라는 서울의 녹지 축을 청사단지 내부로 끌임과 동시에 법정공간을 관통하여 도시 컨텍스트에 이어지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된 법원 청사단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