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예술가 김범은 뒤샹의 ‘변기’와 같이 일상적인 사물들을 이용하여 현대인의 삶을 역설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는 평소에 ‘보이는 것’과 그 ‘실체’의 간극을 드러낸다는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 김범의 이런 점에서 착안하여 집 같지 않은 집에 대해 고민해보며 1인주거 프로토타입을 설계했다.
김범이 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단순히 집 같지 않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짜 집 인줄 알았는데 진짜 집이었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뮤지엄 인줄 알았는데 집이었네?”라는 느낌이 아니라 “이 건물 집 맞아? 오 진짜 집이네?”라는 느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방은 외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천장을 뚫어 놓은 거실을 중심으로 배치하였다. 벽면에 창문이 없기에 자연광을 집 내부까지 잘 받기 위하여 천장이 일부 뚫려 있는 거실을 중심으로 출입구 기준 12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엌, 계단실, 화장실, 전시실, 안방을 배치한다.
빌트인 가구를 포함한 모든 요소들은 직육면체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 요소들을 교차하여 내력벽을 먼저 만들었다. 내력벽의 경우 창문을 달지 않았고 곳곳에 위치한 서로 교차하여 튀어나온 직육면체들은 밖의 사람들로 하여금 집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안에서도 직육면체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90도로 교차하지 않게 만들고 선반, 식탁, 의자 등의 가구들도 직육면체 요소들을 통하여 만들었다
공간의 구분은 시야의 제한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집 같지 않게 하기 위하여 문을 사용하지 않았고, 시야를 차단하여 고개를 틀거나 허리를 숙이는 행위를 통하여 다른 기능의 공간을 구분한다. 현관문, 전시실에서 거실로 향하는 통로, 화장실 입구, 계단실은 세로 방향으로 시야를 제한하여 공간을 구분한 반면, 안방은 가로 방향으로 시야를 제한하여 안으로 들어가려면 고개를 숙이도록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