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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달이 기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을 파괴하며 지구가 간빙기로 향하는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
인간은 매 순간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본인들이 그 위의 존재라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은 땅을 파고, 물의 길을 바꾸는 등 자연의 섭리를 어긋내었다.
그러나 가끔 대자연은 그릇된 욕망을 바로잡고자, 강한 재해를 통해 우주에 있어 인간의 위치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인간은 오로지 버티고 저항하는 존재이다.
녹은 빙하는 그들 삶의 터전인 땅을 물로 뒤덮었고, 땅 위 인류 삶의 터전을 빼앗았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자연의 지배는 순간에 그쳤다.

 

달의 몰락

인류 삶의 터전이었던 낮고 평평한 땅들은 계속하여 바다로 잠기어 갔고, 수많은 생활 시설과 그들의 집을 잃은 채 거듭 땅을 오를 뿐이다.
과거 조선 건국 당시 무학(無學)대사는 산이 두르는 땅 한양을 수도로 천도하였고, 평평하고 낮은 땅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기 시작했다.
그러한 지리적 요인은 오늘날까지도 중시되고 있고, 주요 시설과 인간의 삶에 필요한 대부분은 산 아래 땅 위에 위치한다.
그렇기에 산은 자연의 기능과 미를 논외로, 오직 땅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벽에 불과 하였다.
안전한 땅 위는 힘과 자본을 가진 사람만이 살 수 있었기에 소외된 이들은 험한 산으로 향했고, 이들은 ‘달과 가까운 동네’란 뜻을 가진 ‘달동네’에 안착하였다.
본 설계의 사이트인 인왕산과 안산 사이에 위치한 무악동은 지리적 특성 탓에 소외된 땅이었고, 한때 대표적인 달동네 중 하나였다.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한 인류는 더 많은 땅을 갖고자, 산 위 소외된 자들의 집을 몰아내어 산을 깎아냈다. 무악동은 재개발되었고,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렇게 인간에 의해 달이 몰락했다. 그리고 대자연은 달의 무덤을 물로 메웠다.

 

달이 차온다.

높아지는 해수면을 피해 산 위로 도망친 인류는 산자락에서 시작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재구성하였다.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는 하나의 작은 도시로 발전했고, 그 사이 육로 대신 수로를 통해 이동한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는 계절을 잃고 바다 위 열대 기후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위한 대규모의 에너지 개발 시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자급자족을 위한 농작물 생산, 자연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적정한 빛의 유입 등 이전 인류가 당연시 여겼던 것들을 지켜내기 위한 도시의 형태가 새로이 개발된 것이다.
이제 산을 따라 이어진 거대한 다리 속, 빛의 길과 함께 이루어진 (新) 도시는, 자연을 지배한다 여겼던 인류가 생활하게 될 저항의 공간이다.
벌집의 형상을 한 주거 단지는 공간의 효율과 함께, 빛과 바람의 길을 안내한다.
다리를 받치는 거대한 기둥은 수로를 가로지르는 배를 위한 항구가 되고, 업무 단지로 탈바꿈한다.
높아지는 해수면을 피해 도피한 인류를 위한 거대한 주거단지와 함께,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반 시설이 함께하는 것이다.

건물의 남측 면에 위치한 거대한 온실은 태양광 에너지의 활용을 통한 전력 생산과 동시에, 과한 빛의 유입을 막아주는 차양의 역할을 한다.
빛의 과 유입을 막기 위한 가변적인 차양의 건설, 건물 곳곳에 위치한 바람 길은 에너지 생산과 동시에 건물 내부 환경을 맡는다.

인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존재한다. 이렇게 달과 가까워진 새 시대의 달동네가 생겨난다.

영원함을 꿈꾸며, 매 순간 인간은 살아간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