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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al Concept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메모리얼은 고대부터 강한 상징성을 갖춘 기념비적 건물이거나 혹은 특정 사건, 인물의 유물과 유품을 전시한 전시적 성격이 강한 건물이었다. 나는 전시, 즉 시각적 요소 외에도 다른 감각 요소들을 활용하여 체험적 성격을 갖춘 공간의 설계를 의도했다. 더 나아가, 전쟁과 같은 거대 사건들이 종식된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경험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 각자가 가진 ‘상실’의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소중했던 존재의 상실 이후 4개 단계를 거쳐 상실을 인식, 여러 감정들을 갖게 된다. 이때, 이 4개의 단계로는 각각 ‘무감각, 충격’, '슬픔, 분노’, ‘공허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정과 회복’이 있다. 이번에 설계한 메모리얼은 위 4개 단계의 경험을 되살려 느껴볼 수 있도록 시퀀스가 구성되었다.

지상층, 천창을 활용한 실내 공간 조성
지상은 단 한 개의 층으로만 구성되었으며, 여러개의 천창을 뚫어 자연광을 이용한 채광을 유도했다. 이때 빛의 진입과 차단, 즉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실내의 신비로운 공간 조성을 이루어내 지하의 메모리얼 메인 체험 공간 외의 공간에서도 메모리얼의 분위기를 끌고갈 수 있도록 하였다.

지상층, 메모리얼 입구 브릿지
지상의 공원에서 물을 건너며 메모리얼에 들어오게 된다. 이때, 이 물을 건너는 행위는 일상에서 벗어남을 의미하게 된다. 공원 내에 물을 건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이 메모리얼 한 곳 뿐이다.

상실의 1단계, 상실 직후의 충격과 무감각함
물을 건너 계단을 내려오게 되면 만나는 첫번째 공간이다. 이 공간은 안전상 필요한 최소한의 빛만을 제공하여 시각을 차단, 청각과 촉각만을 활용하여 지나가게 되도록 설계했다.

상실의 2단계, 상실의 슬픔과 상실 이후의 고통
첫번째 공간을 지나고 한 층 아래로 내려오게 되면, 매우 낮고 장애물이 설치된 공간을 지나가게 된다. 이때의 장애물들은 상실 이후 개인이 겪을 삶의 애환을 상징하며, 시각과 촉각이 주 감각이다.

상실의 3단계, 상실의 대상에 대한 기억과 공허함
세번째 공간으로 들어서면 12미터 깊이의 거대한 보이드를 만난다. 위로 뚫려있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며 메모리얼 바로 옆에 어린이 놀이터가 위치한 덕에 공원의 밝은 분위기를 들을 수 있다. 거대한 보이드 하나로 다른 장치 없이 깊은 공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상실의 4단계, 대상을 가슴에 묻고 일상으로
마지막으로 만나는 공간은 메모리얼 입구에서 건넜던 물 아래의 공간이다. 유리천장 위 얇은 층의 물을 통과하며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빛의 산란은 내부를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 채운다. 또한, 25m 길이에 6m 높이로 거대한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그 자체로 시각적 심상을 깨우며, 체험자는 가만히 앉아 이 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고 물을 만지며 상실의 대상을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