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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리노베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해 사용하는 것으로 증축, 개축, 대수선 등도 포함하는 리모델링과 리폼보다 넓은 의미의 건축 행위이다. 따라서 리노베이션의 행위는 기본적으로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존 Context를 존중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서울은 식민지배, 한국전쟁, 급진적인 근대화를 겪으면서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모습을 갖게 된다. 비록 합리적인 시스템과 제도가 자리잡기 전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무차별적인 개발로 형성된 도시이지만, 이내 혼돈 속의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은 기형적이지만 치열한 역사가 빚어낸 동양과 서양이 교묘하게 섞여있는 특별한 도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서울은 전형적인 Tabula Rasa의 개발형태에 의해 또 다시 도시의 연속성을 잃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자리잡은 도시 정체성은 애써 그 가치가 형성되기도 전에 계속해서 무너져간다. 건축물은 도시 속 그 공간에 존재함으로서 수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흡수하고 다시 발산하며 그 공간의 일부로 자리매김한다. 건축물의 옳고 그름과 그 가치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평가되어서는 안될 뿐더러 사람들이 그 도시 공간을 기억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장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들의 사회,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도시 공간의 정체성,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켜를 존중하고 천천히 색깔을 입혀나가는 Palimpsest의 개발이 필요하다. 도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시 정부도 건축가도 아니다. 건축물과 공간에 대한 요구를 생산해내는 시민, 대중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70년대 이후 벌써 50년이 흘렀다. 최근들어 도시 곳곳의 노후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요구가 제기되는 동시에 재건축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등장하며 거주민과 시정부 사이의 사회적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법적 강제성은 거주민에게 자연스레 건축물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아파트의 보존여부에 부여된 시정부의 가치평가는 신뢰성을 잃게 된다.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건축물의 ‘부동산적 가치’와 ‘공간, 형태적 가치’가 합치하지 못한다. 이러한 과도기적인 상황에서의 리노베이션은 도시적 맥락을 보존하는 동시에 건축물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 연장선에서 서소문아파트를 들여다본다.

서소문아파트는 만초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자리 잡은 불법 건축물이다. 서울의 고도근대화와 함께 1971년 하천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115M 길이의 건축물로 시간이 흐르고 건축법이 변경되어 하천부지의 건축행위가 금지되어 부동산적 가치를 잃어버렸다. 또한 재건축을 피해 47년 동안 처음 지어졌던 모습 그대로, 이제는 도심 속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형태에 갇혀있다. 서울시는 서소문아파트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여 지금의 모습을 보존하려하지만 주민들은 흉물로 남을 것을 우려하여 어김없이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건축물에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시선을 무시하고 거주민들만의 요구를 반영하여 재건축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서소문아파트 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의 노후 아파트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정부와 거주민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여기서 다른 노후 아파트들을 대신해 서소문아파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원주민 재정착을 목표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건축물의 공간, 형태적 가치를 보존하고 도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담을 수는 없을까? 도시정비법의 일환으로 서소문아파트 특별법이 제정된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도시와 주민의 요구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리노베이션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