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morial for the righteous of Gy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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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은 현실을 기반으로 가성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과 가상 환경에 현실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가상 (AV: Augmented Virtuality)의 의미를 포함한다. 가상현실 (VR : Virtual Reality)를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은 나날히 발전해가고 있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동에 불편함이 없는 가벼운 안경과 같은 형태로 개발되었고, 머지않은 미래에 콘텍트렌즈와 같은 형태로 구상되어 일상에 불편함이 없는 스마트기기의 형태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계동 배렴가옥은 1900년대초에 지어진 근대도심가옥이다. 도심가옥의 특성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옥의 넓은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위들이 제한되어 있다. 이에 물리적 좌표에 기반하지만 물리적 한계에 얽메이지 않는 혼합현실기술을 활용하여 마당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곳에서는 화백 배렴의 그림속으로 들어가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 한 편의 수묵화와 같은 몽환적인 공간을 지날수도 있고 어릴적 추억이 서린 공간을 지날수도 있다. 낮과 밤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프로그램이 짜여짐에 따라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이다.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던 사후세계를 표현할 수도 있고, 세상을 떠나 그리워하는 이를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현실과 가상이라는 반전된 키워드에 배렴가옥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대입해 보았을 때, 삶과 대비되는 키워드는 죽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MR기술을 활용해 서로 대비되는 키워드를 어울리게 하고자 했다. 죽음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고, 우리가 기억해야할 죽음에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숭고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순직한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 숭고한 희생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는 직업인들과 자기희생의 의지로 영웅이라 불릴만한 시민 의사자들의 죽음이 그것이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아름답고 슬프다.

일상적인 주거지역에 죽음에 대한 추모공간은 사람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 이에 나는 MR기술을 활용하여 비일상적인 체험을 일상공간에 녹아들어갈 수 있게끔 계획했다. 배렴가옥을 위시한 2개의 가옥부지를 활용하며, 건물의 모듈은 한옥의 칸을 따른다. 보와 기둥은 가옥의 나무기둥과 이어지듯이 단면을 계획했다. 하중과 그리드에 맞추어 지형에 따라 구조적인 부분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모습을 의도했다. 모듈의 윗부분에 가옥이 얹어져 있으며, 기존의 기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기단은 오픈된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이 되기도 하고 잠시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되기도 한다. 기단위에는 별다른 장식없이 둔다. 평소에 비어있는 한옥의 마당에서 행사가 있을 땐 여러 행위가 일어나듯이, 맨 눈으로 보면 단계별로 나누어져 별다른 조경없이 삭막하게 두고 AR글래스의 프로그램을 구동했을 때 어떠한 공간이든지 변모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듈 윗부분은 주거단지의 공원의 역할도 겸하며 왕래나 행위에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공간이 된다.

대지의 경계선을 따라서 바깥쪽모듈은 내부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층고가 확보되며, 이를 추모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가옥의 기둥에 맞추어 모듈간의 벌어진 틈에서 공간모듈로 빛이 들어오며 바닥아래로 이어지는 추모공간에 자연광을 거르는 한 층의 필터가 된다. 뒷부분에는 거룩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천창이 있으며 보이드로 이루어져 있어 그 위의 사람들의 동선이 빛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있다. 맨 아래 추모공간은 거대한 공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둥둥 떠있는 모듈은 한옥의 칸과 상관없어 좀 더 비현실적이며 거룩한 공간으로 연출한다. 어둑하고, 비일상적인 이 추모공간에서는 지상과는 반대로 MR프로그램으로 일상적인 공간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도서관이나 놀이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현실과 가상, 삶과 죽음, 지상과 지하로 반전된 맥락을 이끌고 나가며 MR기술로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의도를 가지고 계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