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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파괴란 단순히 그 행위 자체 뿐 아니라 그로 인한 결과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골드폼과 아이소 핑크 위에 시멘트를 바름으로써 현대 사회의 상징인 아파트를 표현하고, 그 무미건조한 매스를 구멍뚫기, 부수기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파괴한다. 현대사회에 모두가 아파트에서 단절되어 살아가는 차가운 현실을 비판하여 아파트에 파괴행위를 행했으나, 예상치 못한 내부의 모습이 발견된다. 시멘트에 덮혀 보이지 않던 골격들이 보이며, 꽉 막힌 외부의 모습과는 달리 아파트 내부의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그 공간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파괴행위는 드릴과 망치를 사용함으로써 이루어졌는데, 파괴적인 행위로 인해 오히려 창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능성을 갤러리로 가져간다. 콘크리트라는 재질과, 그것을 파괴한 흔적, 보여지는 내부를 통해 각 전시관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내부에서 내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관람객들은 구멍을 통해 그 너머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았던 차가운 매스와는 반대로, 따뜻함과 가능성을 내포한다.

최종 결과물은 콘크리트를 이용해 만들어졌으며 우드락 거푸집을 사용하고, 그것을 태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거푸집을 만들 때는 브로노이 방정식에 기반했는데, 이는 축적의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기법인 파괴와 대조된다. 파괴행위를 통해 창조의 가능성을 발견하듯, 창조행위로 완성된 모델을 파괴행위를 통해 부수며 순환을 이룬다. 거푸집이 탄 흔적과, 지붕의 기포방울들, 수평으로 날카롭게 분절된 매스가 이 작품의 백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