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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로댕의 ‘The Kiss’에서 따온 인체단면이다. 로댕의 조각은 단테의 신곡 속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둘은 키스를 나누다 이를 목격한 남편에 의해 죽음으로 지옥에 가게 된다. 즉, 이 둘의 사랑이 맺어지는 때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인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와 조각의 자세를 통해 인체단면을 구성하였다. 첫 번째 단면은 ‘사랑’을 상징하는 심장이 위치한 흉부이고, 두 번째 단면은 목을 긋는 제스쳐를 통해 목이 ‘죽음’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목의 단면과 이와 동일선상에 위치한 팔의 단면을 그렸다. 마지막으로는 ‘사랑’을 행위로 나타내는 입과 이를 사고하는 뇌의 단면을 그렸다. 첫 번째의 단면을 확대하고 그리드로 변환하며 이 둘이 가진 다양한 감정과 얽혀있는 상황을 갈래로 뻗어나가는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두 번째 단면은 깊숙하고 어두운 형상을 통해 이 둘이 빠진 지옥을 또, 그 주위를 둘러싸는 어지러운 형상을 통해 심리의 복잡함을 나타냈다. 마지막 단면 역시 구불구불한 뇌의 모습을 통해 혼란스러움을 표현하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면을 각각 입체적인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첫째 단면 속 복잡한 갈래를 외벽으로 감싸고 이를 중앙의 홀로 연결시켰다. 이 중앙의 홀은 단면 속 원형의 가장 큰 공간에서 착안하였고 여러 길들이 이 큰 홀로 모이는 형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입체 속에서 이들의 복잡한 감정들이 갈래들을 따라 결국 ‘사랑’이라는 공간에 도착하게끔 의도하였다. 제작을 하며 훼손된 부분은 콘크리트가 아닌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복원하였다. ‘죽음’, ‘사랑’과 같은 맥락을 가지는 것은 ‘자연’이라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서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끼라는 재료를 콘크리트에 접합하였다. 단단한 콘크리트의 홀과 서로가 엉겨 붙어 하나가 되어가는 이끼의 길을 통해 로댕의 ‘The Kiss’ 속 담긴 이야기를 표현하였다.

두 번째 인체단면은 식도와 기도의 단면이 있어 심연으로 들어가는 형상이 강하다. 입체의 겉면은 부드러운 곡선들이 감싸고 차분히 계단을 통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속의 공간은 복잡한 계단들이 연속되고 결국 그 길의 끝은 낭떠러지인 모습으로 구성하였다. 그들의 어지러운 감정들을 계단으로 이어가고 이 둘이 다다른 곳은 결국 지옥과 같은 낭떠러지임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또한, 단면이 가지는 패턴을 공간에 입혀 거대한 구멍들을 만들어냈다. 빈 공간이지만 거대한 스케일을 통해 역설적으로 위압감을 주고자하였다. 이 둘이 죽음으로 지옥에 가지만 결국은 사랑을 나타내는 모습을 통해 고통스럽기보다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조각의 분위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