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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대 도시의 사람들은 온갖 문명들에 둘러 쌓인 삶을 살며 자연을 그리워한다. 특히 중장년층, 고령층이 그러하다. 내가 클라이언트로 정한 부모님도 그 중 하나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가서 살아도 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도시에서의 편리한 삶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도시에 살면서 주변 산이나 공원을 산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상의 공간, 삶의 공간으로 자연을 들여와 더 가까이에서 접하도록 했다.

 이 주택은 도시에 있으면서도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와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마당이 없는 도시의 주택에서는 땅에 식물을 심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과 자연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하여 건축의 요소들 중 하나인 벽에 식물을 끌어들였다.

 벽과 서랍장을 결합시킨 모듈은 안팎을 구분 짓는 세개의 중심벽에 삽입되어 원하는 식물을 넣을 수 있게 했다. 화분에 담겨진 식물을 모듈안에 넣어 수직적으로 배열함으로써 공간의 낭비를 줄였고 건축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벽에 위치시켰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였다. 사람들은 대게 집에서 식물을 키울 때 바닥이나 선반, 베란다 등에서 키운다. 그렇게 되면 생활하면서 사람이 경험하는 높이와 식물, 즉 자연이 위치한 높이가 달라 모듈 벽으로 하여금 자연과 삶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고 또한 외부와 내부를 연결한다. 집의 전체적인 구조는 세개의 모듈벽 사이에 두개의 큰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은 가운데 모듈벽을 중심으로 연결되는데 나뉘어진 두 공간에서 모두 벽을 볼 수 있게 했다. 얼핏 보면 작은 집이 두 채 있다고 느껴질 법한 구성이 거주자가 분리를 담당한 매개체인 벽을 분리된 공간에서 모두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한다.

 장년층 부부를 위한 주택으로 주 생활 공간에는 계단의 배치를 최소화 했고, 두 사람이 사는 집인 만큼 여러 개의 목적성이 있는 방을 만든 다기 보다는 크게 퍼블릭과 프라이빗으로 공간을 나누고 꼭 필요한 공간만으로 구성했다. 퍼블릭에는 거실과 부엌, 다이닝을 배치하고 프라이빗에는 작은 거실과 안방을 배치했다. 자식들은 다 독립하고 둘만 사는 부부는 벽으로 나위어진 큰 두 공간 말고는 벽이 없는 공간에서 서로가 무얼하는지 보고 대화하고 삶을 공유한다. 벽은 나눌 수 있는 요소인 동시에 차단하는 요소하고 생각한다. 그 요소를 최소화 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공유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단층인 주택의 옥상에서는 실외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산이나 공원으로 갈 필요없이 바람이나 햇빛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자연을 볼 수 있다. 산책을 하거나 텃밭이나 화단을 만들어 자연을 체험할 수 있게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