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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축의 영속성은 무겁고 강력한, 변하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흔히 리모델링이나 레노베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의 영속성을 더욱 강화시키곤 하지만 건축물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언젠간 부숴지고 망가진다. 그래서 나는 건축물 그 자체는 망가져도 그 기능은 영속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하고자 본 프로젝트 S.Lab(종자은행 및 연구∙교육시설)을 제안한다.

종자은행이란 유전적 다양성 보전을 위해 곡물을 포함한 식물의 종자를 보관하는, 일종의 유전자 은행과 같은 장소이다. 모든 생명은 시작과 함께 끝이 있지만, 그 유전자는 수천년의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어느날 종자은행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무너져 건축물 그 자체의 영속성을 잃게 될지라도, 씨앗들과 그 유전자를 보존 및 퍼뜨림(?) 그 목적은 영속성을 갖는다.

S.Lab은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산 서쪽편에 위치해있다. 아프리카의 유일한 만년설인 킬리만자로산은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빙하의 80% 이상이 녹아버렸고, 연구에 의하면 곧 모든 빙하가 녹아내릴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에 따른 자연의 변화는 건축물 그 자체의 영속성을 잃게할것이고 이는 곧 본 설계의 목적을 진행시킬것이다. 아프리카에 있어서 농업은 전체 GDP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척박한 생산 환경 및 기술과 교육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래서 종자은행 및 연구시설과 함께 지역 주민들을 위한 농업교육시설을 부속프로그램으로 설정하였다.

본 프로젝트의 디자인 키워드인 리좀은 위계적으로 성층화된 나무구조와는 반대로, 비위계적이고 수평적인 복수성을 가지는 식물구조이다. 리좀의 특성은 크게 접속, 수평적 복수성, 이질성과 다양성, 비의미적 단절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로 리좀은 어떤지점이든지 다른 어떤 지점과도 연결될 수 있는 ‘접속’의 특성을 가진다. 접속되는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흐르는 유목적인 선의 성격을 지닌다. 두번째로 리좀은 모든 개체의 위치는 상대적이며 어떤 것도 고정되어있지 않은 ‘수평적 복수성’을 가진다. 또한 중심없이 다양하게 열리는 방향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계가 변화한다. 세번째로 리좀은 중심성과 보편성이 없는 다양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전체를 이룬다. 또한 고정된 주체도, 객체도 존재하지 않는 탈중심적인 특징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리좀은 어떤곳에서든 끊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선을 따라 복구되는 ‘비의미적 단절’의 특성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복구된 선들은 끊임없이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의 과정을 반복한다.

나는 이러한 리좀의 특성을 건축적 언어로 크게 프로그램, 동선, 경계, 배치의 영역에서 해석해보았다. 첫번째로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각 실마다 필요한 면적을 산정하고, 이 외에 다양한 용도로 가변적 활용이 가능한 비워진 공간을 의도적으로 계획하여 사용자 및 실들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한다. 두번째로 동선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른 다양한 동선에 의해 자유롭게 연결된 공간들은 긴밀하고 높은 접근성을 지니게 된다. 세번째로 경계에 있어서는 독립된 실들은 중첩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내외부공간이 되어 상호연결성을 가지며, 중첩된 공간들과 아트리움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또한 기존의 종자은행과는 달리, 본 프로젝트에서는 종자은행이 마치 개방형 수장고의 성격을 띄며 외부인과 연구원 사이의 동선의 경계를 완화시킨다. 마지막으로 배치에 있어서는 씨앗 보관 관련시설을 중심으로 연구시설이 감싸지게 배치하고 그 사이를 커뮤니티 및 교육시설으로 연결시킨다. 각 보관시설은 다른 프로그램들의 변칙적인 배치로 인해 이질성과 다양성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