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3가의 도시조직 안에는 수많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을지로는 소상공인들을 연결하는 골목길, 혹은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호프집 같은 것들이지만, 오늘날 을지로를 존재하게 하는 제조업의 기틀은 빼놓을 수가 없다. 대표적인 산업으로 금속 제작과 인쇄산업을 들 수 있지만, 소소하고 의외성이 강한 성격의 제조업 단지로써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으며, 이를테면 금박이나 스프링, 볼트와 너트를 생산하는 영세 상인들의 가게들이 있다. 을지로의 방문객들은 숨은 보물을 찾는 듯한 태도로 매력적인 장소들을 찾아 거리의 이곳저곳을 누빈다.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의 기쁨이 사이트 방문객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을지로의 문화 기저에 숨은 요소들을 드러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였다.
앞서 말한 소소한 공정 중 유리 산업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보여줄 수 있는 호텔을 기획하고자 했고, 부지의 세 개의 매스를 통합하여, 각각의 건물에서 엿볼 수 있는 기존 건축의 맥락은 존중하되, 제조 공정을 보여줄 수 있는 호텔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구성했다. 또한 유리라는 재료의 물성을 내부와 외부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보이드, 외벽, 천장과 같은 건축 요소에서 곡률과 불투명성의 변주를 주었으며, 생산과정을 경험한 이용자들에게 공정의 결과물인 유리 제품을 어매니티나 객실에서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