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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의 첫 명상에 함께이길 함부로 염원해본다.

① 어느 날인가, SNS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광고도 게시글도 내가 좋아할 만한 것만 있다. 뭔가 무서워졌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하면 저기서도 알고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그걸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다. 섬뜩해졌다. 어떤 무언가가 골라준,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나는 그저 ‘좋아요’한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게 맞긴 한 건가. 알 수 없는 힘에 통제되는 기분, 무섭다.

② 열심히 길을 걷다가 돌연히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나는 무엇을 위해 잠을 줄이고, 공부하고, ‘나’를 착취했더라,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그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은 대학 입학이 꿈이었나, 번듯한 직장이 꿈이었나, 아니,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그런 걸 생각하기엔 지쳤다. 나는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어졌다. ‘나’를 소중히 하고 싶었다. ‘나’를 알고 싶었다. 이 도시는 너무 시끄럽고 나를 통제하려 한다. 모든 것에서 멀어질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카페? 서점? 그것 조차도 내가 ‘나’를 착취하는 걸 용이하게 할 뿐이었다.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정처없이 걸었다.
그리고 나는 찾았다. 이 공간을 부디 방황하는 사람들이 찾기 바란다. 물론 그저 필요한 사람들도. 사색, 명상, 침묵, 자기객관화의 공간.
잡념을 없앨 수 있기를.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기를.

가라앉다. 호흡하다. 집중하다. 돌아보다: 오롯이 ‘나’만이 존재한다.
채우다. 비우다. 멀어지다. 느리게 걷다: 타자와 나의 거리는 나의 의식 하에 멀어질 수 있고 나는 홀로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