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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야요이 쿠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환영에 시달렸다. 물방울 환영은 항상 쿠사마의 주위를 맴돌았고 이를 끄집어내려고 물방울을 그리게 된 게 쿠사마의 예술 세계의 시작이었다. 무한한 물방울에 뒤덮인 작품들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 쿠사마 그 자체라고 느꼈고, 갤러리 또한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누가 봐도 쿠사마를 떠올릴 수 있는 상징적인 건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갤러리는 쿠사마의 내면의 공간, 즉 환영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고 설정했고, 형태적 컨셉은 갤러리의 목적이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초대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사이트인 종로구 사간동 78은 교통편이 좋아 많은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지만, 작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쉽게 묻힐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우선 일차적으로 이 점을 보완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뾰족한 뿔이 길게 솟아난 형태를 잡았고, 그 후 기울어진 삼각뿔이 육면체를 파고드는 것으로 디자인을 진화시켰다. 쿠사마를 상징하는 사각형의 공간은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아오고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그런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은 어떤 모습인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삶에 파고든 삼각형의 공간은 환영으로 가득 차 있다. 이질적으로 쿠사마의 삶에 들어왔지만 환영들은 결국 쿠사마의 일부임을 나타내기 위해 대비되는 두 공간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삼각형의 공간은 말 그대로 환영의 공간으로, 모든 면을 거울로 덮었다. 사선으로 잘게 나뉘어진 좁은 공간들은 거울로 인해 무한히 확장하여 갤러리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 된다. 사방의 거울들에 반사되어 끝없이 뻗어 나가는 물방울 무늬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사각형의 공간은 수직 수평적으로 공간을 분할해 대비를 극대화 시켰다. 외부에서는 삼각형의 공간은 거울과 패턴에 뒤덮여 있고, 사각형의 공간은 아무런 패턴 없이 새하얗다. 거울을 마주한 사람은 거울의 상 안에 담긴 자신의 모습이 물방울 무늬에 뒤덮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선은 쿠사마의 독특한 정신 세계를 담기 위해 최대한 특이하고 다양하게 하고 싶었다. 1층의 크고 넓은 빗면을 따라 계단이 올라가고, 그 계단을 중심으로 좌우는 스태프들의 공간과 관람객들의 공간으로 나뉜다. 2층에서는 사각형 공간을 크게 빙 돌고 삼각형 공간을 체험한 후 중심의 전시물을 따라 돌며 3층으로 올라간다. 3층에서는 2층과는 반대로 삼각형의 공간을 본 후 사각형의 공간을 크게 빙 돈 후, 마지막 전시의 끝이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이어지게 했다. 4층은 옥상 정원으로, 꽃과 나무 형태의 조각들이 정원을 채우고 있다.